서점이 돌아오고 있다. 팝업스토어에는 1시간씩 줄을 선다. 북클럽과 소모임 신청 페이지는 열리자마자 마감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다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온라인이 이렇게 편리한데, 왜 사람들은 굳이 몸을 움직이는 걸까. 단순한 레트로 취향이라고 보기엔 규모가 너무 크고, 너무 일관성이 있다.

숫자로 먼저 보는 오프라인의 귀환 Link to heading
독립서점 플랫폼 동네서점 지도에 따르면 2026년 3월, 국내 운영 중인 독립서점 수가 처음으로 1천 곳을 돌파했다. 2015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결과다. 20대 여성의 독립서점 방문은 카드 소비 데이터 기준 약 450%, 30대 남녀는 각각 2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서점 트렌드 보고서
미국도 다르지 않다. 지난 5년간 독립서점 수가 70% 증가했고, 2025년 한 해에만 422개의 신규 독립서점이 문을 열었다. 한때 아마존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 예상됐던 바로 그 업종이다. 반세기 최저치를 기록했던 반스앤노블(Barnes & Noble)도 2024년에 50개 이상 신규 매장을 열고 2025년에는 더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Fast Company. (2025)
팝업스토어 시장은 더 가파르다. 국내 팝업스토어 정보 플랫폼 팝가(POPGA)에 따르면 2025년 1~11월간 운영된 팝업스토어는 총 3,077개로, 2024년 전체 대비 79.63% 증가했다. 국내 소비자 80% 가까이가 팝업스토어를 한 번 이상 방문해봤다고 답할 정도로 오프라인 경험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됐다.
왜 다시, 오프라인일까 Link to heading
사람들이 다시 밖으로 나가는 데는 두 가지 심리적 배경이 있다.
첫째, 디지털 피로와 퍼포머티브 문화의 반동 Link to heading
한때 카페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인스타에 올릴 만한가’였다. 팝업스토어에 가는 이유도 경험보다 인증샷이 먼저인 경우가 많았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Gen Z의 46%가 스크린 타임을 줄이고 있으며, 74%는 디지털보다 대면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9%는 덜 연출되고 더 진짜 같은 이벤트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그냥 있어도 되는 곳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찾아다니던 문화가 서서히 식고,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 퍼포먼스 없이 그냥 있어도 되는 공간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는 것.
트렌드코리아 2025는 이 흐름을 ‘물성매력(Experiencing the Physical)’이라는 키워드로 짚었다. 디지털이 발달할수록 역설적으로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경험이 더 특별해진다는 것.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공간의 냄새를 맡고, 눈앞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 — 그게 새로운 사치가 되고 있다.
둘째, 고독의 역설 Link to heading
외로운데 더 많이 나간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이 매일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18~29세 중 약 1/4이 외롭다고 답했는데, 같은 응답자의 79%가 2026년에 더 많은 이벤트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한국도 비슷하다. 혼밥, 혼술이 트렌드가 된 지 꽤 됐지만, 동시에 독서 모임, 러닝 크루,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혼자이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당근마켓 동네모임, 독립서점의 북토크 — 이 공간들이 채우는 건 정보나 소비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감각이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혼자 스크롤하는 것과, 낯선 사람들과 같은 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연결감의 종류가 다르다. 온라인 연결이 풍부해질수록,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연결의 경험이 오히려 더 귀해진다.
오프라인 경험이 주는 것: 우연성과 신체성 Link to heading
온라인이 대체하기 어려운 오프라인만의 경험이 있다.
우연성: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것을 예측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소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할 때, 팝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브랜드 경험을 할 때 그 우연한 발견은 예측의 바깥에서 온다. Link to heading
뉴욕타임스는 서점의 핵심 가치를 이렇게 표현했다. “온라인에서는 그 우연한 발견을 복제하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예스24의 2025년 도서 트렌드 분석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보인다. ‘필사 책’ 판매가 64.7% 증가하며 2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디지털 홍수 속에서 손끝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 자체에서 감각적 즐거움을 찾는 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신체성.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감각은 디지털로는 만들기 어렵다. Link to heading
줌으로 회의를 하고,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눠도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이유가 있다. 연구들은 온라인 연결이 아무리 늘어나도, 실제로 얼굴을 보고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 고독감이 커진다는 것을 꾸준히 보여준다. 사람은 연결의 양보다 연결의 질, 그중에서도 물리적으로 함께 있다는 감각에 더 크게 반응한다.
오프라인 모임이나 이벤트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건 그런 이유때문이다. 단순히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충족감을 준다. 사람들은 경험의 내용만큼이나, ‘거기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돈을 쓴다.
브랜드가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것들 Link to heading
오프라인이 돌아온다면, 마케팅도 달라져야 한다. 마케팅은 이 흐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① 브랜드 경험의 설계 공간 Link to heading
팝업스토어가 급증한 이유는 단기간에 강렬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 매거진의 오프라인 마케팅 분석에 따르면 팝업스토어는 이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한 영역"이 됐다.
킴 카다시안의 언더웨어 브랜드 스킴스는 한국 진출의 첫 번째 접점으로 성수동 팝업을 선택했다. 메이커스 마크는 3년 연속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2020년 대비 매출이 886% 성장했다. 온라인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것과 실제 공간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남기는 인상의 깊이가 다르다.
② 광고 매체로서의 오프라인 — DOOH의 부상 Link to heading
오프라인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광고 매체로서의 오프라인도 재평가받고 있다. 국내 옥외광고 시장은 2023년 기준 4조 3,19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7.4% 성장했으며, 이 중 디지털 옥외광고(DOOH)는 17.2%의 성장을 기록했다. 방송 광고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옥외 광고는 오히려 성장하는 몇 안 되는 매체 중 하나다.
이노션 MX비즈니스팀 이승현 팀장은 이 흐름을 이렇게 설명한다. “퍼포먼스는 디지털 광고로, 인지도와 신뢰도는 옥외 광고로 챙기는 시대"라는 것이다. 디지털 광고만으로는 브랜드의 물리적 존재감을 만들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삼성동 K-POP 스퀘어, 명동 신세계 등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코엑스의 3D 아나모픽 광고들은 단순 노출을 넘어 사람들이 실제로 방문하고, 찍고, 공유하는 경험 콘텐츠가 됐다.
글로벌 DOOH 시장도 마찬가지다. 2024년 215억 달러 규모에서 2033년까지 54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③ 소비자의 오프라인 경험을 직접 만드는 시도들 Link to heading
브랜드들이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광고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설계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나이키는 러닝 이벤트와 팝업을 결합해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한다. 국내에서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전시, 이벤트, 팝업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공간 마케팅이 일상화됐다.
네이버가 2025년 팝업스토어 검색 서비스를 출시하고 T맵이 전국 팝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오프라인 경험 탐색이 이미 일상 행동이 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만큼, 브랜드가 지역 커뮤니티와 고객들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면, 광고 이상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소모임, 커뮤니티 이벤트, 북토크, 워크숍 — 이런 형식들은 브랜드 규모와 종류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다.
AI 시대, 오프라인은 더 빛난다 Link to heading
피드가 AI 생성 콘텐츠로 가득 찰수록, 사람들은 알고리즘이 예측하지 못한 경험을 찾게된다. AI가 온라인 콘텐츠를 무한 생산할수록 오프라인의 가치는 더 선명해진다.
서점에서의 우연한 책 발견, 소모임에서 예상치 못한 대화, 팝업에서의 직접적인 브랜드 체험, 이것들은 AI가 설계할 수 없는 종류의 경험이다.
동시에 브랜드 진정성의 문제가 있다. 온라인에서는 AI가 만든 글인지 사람이 쓴 글인지 구분이 어려워지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진짜다. 실제 공간, 실제 사람, 실제 물건. 디지털 세계에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수록, 오프라인 접점이 가진 ‘실재함’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소문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레퍼럴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추천 마케팅 솔루션입니다.
글 우주 threads X(twitter)